여행을 다녀왔다. (싱가폴-2)

창이공항에 도착한 후,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아 빠꾸 먹고 입국신고서를 쓰러 갔다. (해외 여행 초짜인게 이런 데서 티가 난다ㅜㅜ)
나처럼 입국 신고서를 안 쓴 한국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입국 신고서를 쓰고 있었다. 
왠 아저씨아줌마 부부가 내 주변을 얼쩡거렸다. 영어도 잘 모르겠고 만만한 한국인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이리라.
아줌마가 드디어 입을 뗐다. 아가씨가 좀 해줘. 
아가씨란 호칭이 거슬렸고 반말이 거슬렸다. 정중하게 부탁해도 안 해줄 판인데 거기에 기름을 붓는다. 
아까부터 나도 보고 있었지만 당신들은 안 되겠어.
당연히 도와주지 않는다. 가능한 멀찍이 떨어지기까지 한다. 

입국신고서를 다 쓰고 심사대에 줄을 선다. 
가능한 한국인들이 없는 쪽으로 줄을 선다. 외국에 왔으니 가능한 외국임을 최대한 느껴보고 싶고 한국인에게 벗어나고 싶다. 한국인 특유의 짜증, 남을 훑어보는 시선이 진저리나게 싫으니까. 

입국 심사 때, 싱가폴 여행 후 다음 나라를 물었다. 나는 방콕이라고 대답했다.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지만 그 찰나 약간 섭섭했다. 나는 너희 나라를 10년 전부터 꿈꾸어왔고 아예 여기서 살고 싶은데 너희는 비자 없는 내가 불법 체류라도 할까봐 우려스러운 거니?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섭섭함.

무사히 통과 후 짐을 찾고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탄다. 
문득 베트남에서 날 기다리던 호텔 직원이 떠올랐다. 우리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더위에 지쳐 푹 수그리고 있던 순한 표정의 그가. 지쳤지만 결코 짜증내지도 않고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해 들떠서 웃는 우리를 보고 따뜻하게 웃었다. 
싱가폴 사람들은 베트남 사람들처럼 순박하진 않지만 차갑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제 막 타국에 도착한 나를 좀 더 다정하게 대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나는 애정결핍인걸까 아니면 관심종자인 걸까.



열대 나라답게 창이 공항 밖에는 열대 식물들이 심어져 있다. 동남아 느낌이 좀 난다. 
생각보다 공항과 숙소의 거리가 먼 것 같았다. 차는 싱가폴 시내를 꽤 돌고 있는 느낌이다. 인터넷으로만 보았던 HDB, 싱가폴 거리들, 그리고 마리나 베이 샌즈(이거 보고 처음엔 울 뻔했다.드디어 ㅜㅜ 이런 느낌)
가슴이 마구 부푼다. 나는 2,3년 후 여기에 꼭 살러 올 것이다. 내가 매일 겪을 풍경들이고 나는 예습이라도 하는 듯이 풍경 하나하나를 눈에 꼭 담는다. 여기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곳의 밤 풍경, 밤의 색감이 좋다. 

몇 개의 호텔을 들른 후 드디어 도착.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간다. 
밤 11시가 넘었으므로 다들 불끄고 자고 있다.
최대한 부스럭거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침대를 살핀다. 이만하면 됐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씻으러 간다. 
씻으러 가니 한국 여자같은 사람이 빤히 쳐다본다. 새침하게 시선을 피한 후 씻고 나온다. (그 다음 날 알고 보니 한국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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