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왔다. (싱가폴-4)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다행히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때운 후
마음에 드는 거리가 나타나자 어디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걸었다.
여기가 싱가폴이다. 현지인들도 많다. 들뜬 마음으로 걷고 또 걷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부기스 정션이라는 곳까지 갔더라. 쇼핑 센터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나는 쇼핑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대충 둘러본 후 한낮의 거리만 계속 걸었다.
해외여행 온 이방인의 자유를 물씬 느끼며 거리 곳곳을 걸었다. 생각보다 아랍 사람들이 많았고 다른 나라라는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레인으로 돌아오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왠 할머니와 마주쳤다. 할머니는 딱 봐도 여행객인 나를 요모조모 살펴보다가 내가 미소를 보내자 함께 웃어주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레인 역시 사진빨이었고 별로 둘러 볼 곳도 없었다.
셀피 커피로 가서 인스타 용 사진을 한장 찍고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맛은 별로였다. 휘핑 크림이 역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까페 2층엔 나밖에 없었고 조명이 괜찮았다. 마음 놓고 셀카를 찍었다. 와 신난다!!



까페를 나오니 1층 테라스에서 알바생들과 그 친구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젊은 남녀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숙소에서 짐을 찾고 다음 숙소인 보트키로 이동했다. MRT로 이동해야 하는데 코인이 부족해서ㅜㅜ그냥 걸어갔다. 싱가폴의 거리를 걸으며 하나라도 눈에 더 담아야지라는 마음에 신나서 걸어갔다.

날은 더웠고 캐리어는 무거웠다. 가까스로 보트키 숙소에 도착했을 때엔 많이 지쳐 있었다. 마음껏 부스럭거리고 싶었는데 윗 침대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진으로 본 것보다 방이 별로였고 결정적으로 mix dom 이었다. 여성 전용인 줄 알았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으레 mix dom에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금발 외국인 청년이 있어서 또 괜찮아졌다. 으하하.(그러나 그는 곧 체크아웃했다.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마주침이었다ㅜㅜ)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다. 매뉴얼대로의 친절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친절이라 지쳐있던 마음이 조금 데워지는 느낌이었다.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땡볕에 너무 오래 걸었던 탓인지 발걸음이 쉬이 떼어지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 클락키가 있는데(사실 클락키가 아닌 보트키. 그때엔 여기가 클락키인줄 알았다.)빨리 나가서 놀아야(?)하는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침대에서 좀더 뒹굴거린 후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섹시한 눈화장을 하고 출격(?)했다.

나의 목적지는 멀라이언 파크였다. 그런데 막상 나와보니 또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거리가 나타났고 나는 또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싱가폴의 상징과도 같은 깨끗한 고층건물들이 한데 모여있는 거리가 나왔다. 퇴근 시간 무렵이라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다양한 인종이고 멋진 외국인 여성 직장인들이 많았다. 풍경 구경만큼이나 사람 구경도 열심히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탄종 파가라는 곳이었다. 한국 기업들도 많이 입주해있다고 했다. 한국 대기업에 다니고 싶었는데. 마음이 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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