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왔다. (싱가폴-5)

건물 하나하나, 사람들 표정 하나하나를 눈에 소중히 담는다.
이 풍경을 기억해 한국에 돌아가서 싱가폴 취업을 위한 연료로 쓸 것이다.
영어 공부가 힘들 때마다, 취업을 위한 노력이 버거울 때마다 이 풍경을 마음 속에서 꺼내봐야지.

멀라이언 파크가 더 멀어지기 전에 구글맵을 켜서
멀라이언 파크로 가는 길을 검색한다.
이런, 생각보다 멀리 왔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멀라이언 파크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멀라이언 파크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곳곳에 공사 중인 곳이 많았고
얼굴이 매우 검은 공사장 인부들이 있었다.
이 분들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인접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 같았다.
고된 노동에 다소 지친 표정인 그들은 딱 봐도 외국인인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조차 머뭇거리자 손짓으로 건너가라고 알려주었다. 꼭 우리네 아저씨들 같았다. 나라는 다르지만 비슷한 정서를 느꼈다.
6시가 훨씬 넘은 시간인데 이분들은 아직도 근무 시간인 걸까.
세계 어디를 가도 인생 자체는 고된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라이언 파크에는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
너무 지쳐있었고, 나름 도착한 곳도 마리나 베이 샌즈가 보이고 야경이 괜찮았다.
어차피 내게는 앞으로 며칠이 남아있었기에 꼭 오늘 멀라이언 파크에 가지 않아도 된다.

준비해왔던 셀카봉(이번 여행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을 꺼내어 미친 듯이 셀피를 찍는다.
조금이라도 빛이 있는 곳이라면 득달같이ㅜㅜ가서 셀카를 찍는다.
주변은 모두 관광객이고 다들 일행이 있어서 서로 찍어주지만
나는 셀카봉이 있으니 일행 없이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셀카봉은 인류의 혁명이다. 셀카봉만 있으면 혼자 여행을 다녀도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밤이 되니 표정이 좀 더 과감해졌다.
타지에 왔겠다, 옷도 예쁘게 입었겠다, 화장도 했겠다
자신감이 충만해진 나는 온갖 포즈로 셀피를 찍었다. 찍을 수록 잘 나오길래 나는 몇 걸음마다 한 번씩 셀피를 찍었다. ㅋㅋㅋㅋㅋㅋ그동안 인스타 중독자들 우습게 봤는데 그들의 마음을 100% 알 것 같았다(이번 여행 내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통해 나는 남들을 함부로 판단하는 나쁜 버릇을 80% 고쳤다)


 화질이 안 좋아서 속상함ㅜㅜ


그동안 인터넷으로만 봐왔던 싱가폴의 야경을 감상했다. 현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각종 대기업의 건물들이 빛나고 있었다. HSBC, DBS..
20대의 나라면 "꼭 저길 취업해야지!"라는 당찬 다짐을 했겠지만
30대의 나는 자신이 없다. 대신 아주 조그맣게 속삭인다. 저기에 갈 수 있을까, 저기서 일하면 참 좋을 텐데..

야경을 보는 사람들이 참 많았고 혼자인 사람은 드물었다. 
외국도 혼자 다니는 것이 아주 흔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외로웠다. 나도 웃고 떠들고 싶다. 이 아름다운 야경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다.
그렇지만 없으니까ㅜㅜ셀피나 많이 찍는다.

어느 새 핸드폰의 배터리가 떨어져 간다.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지면 구글맵을 켜지 못하고 
구글맵을 켜지 못하면 숙소에 가는 길을 모른다.
게다가 밤이 늦어 이제 조금 무서워진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면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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