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왔다. (싱가폴-6)

점점 배가 고프다.
낮에 무르타박을 먹은 후로 요깃거리를 먹지 못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괜찮은 곳이 있으면 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혼자서 들어갈 엄두가 안 나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시간이 너무 늦어서 밥까지 먹고 나면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무서울 것 같았다.

밤이 점점 깊어지니
아무리 치안 좋은 싱가폴이라도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셀피를 찍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숙소까지 거리도 상당했다. 
아까는 마냥 설렜던 탄종 파가도 건물의 빛이 꺼지니 조금 무서웠다. 

가까스로 숙소 근처까지 왔을 때에는 너무 배가 고파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흐려진 상태였다. 제발 뭐라도 먹었으면 ㅜㅜ 
그치만 보트키의 가게들은 대부분 술집이었고 모두들 일행들과 신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여기서 혼밥을 먹는 것은 무리다. 
다행히 세븐 일레븐을 발견하고 여기서 두유를 몇 개 사서 마셨다. 

숙소로 돌아와서 지친 몸을 겨우 누이려는 순간
맞은 편 침대의 외국 남자가 도착했다. 낮에 잠깐 봤던 남자인데 같은 방 맞은편 침대에서 자는 줄은 몰랐다. 낮에도 그는 결코 밝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밤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 좀 더 지쳐 있었다. 나만큼 외롭고 힘든 관광을 하고 온 것이리라. 
지친 표정으로 그가 나에게 hi 라고 말했다. 
무감각하게 hi라고 대답하고 등을 돌렸지만 온종일 혼자 외로웠던 나는 순간 눈물이 조금 났다. 

나만큼 외로운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에.
외롭고 지쳤지만 타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여유에.

나는 나밖에 살피지 못했다. 
나만 혼자고
나만 외롭고
나만 배고팠다.
남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여유 같은 건 생각지도 못했다. 
더구나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넬 때 굉장히 무뚝뚝한 얼굴로 hi라고 답했던 것 같다.
조금 웃으면서 눈을 마주쳐도 좋았을 걸. 

내가 이리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인간이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이래서 가족이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내고 온 후엔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싱가폴에서의 두 번째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내 침대. 특이하게 우주선 모양의 침대였다. 
그때는 그저 그랬는데 지금 보니 재밌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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